지난 7월 20일 경 부터 올 여름 무더위가 시작 된 것 같다. 습도도 높아지고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다 새벽에 잠시 날씨가 선선할 때 잠이 들고는 했다.
그것도 한 두시간 정도에 불과 오전 8시가 되면 불볕 더위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볕과 찜통 더위가 같이 온 2018년도의 무더위에 비하면 양반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8, 1994년도의 무더위는 내 기억에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억에 남았다.
오늘 8월7일은 절기 상 입추다. 입추 뜻은 한자로 '立秋'이며 가을로 들어섰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까지는 불볕 더위가 남아있고 밤낮 가리지 않고 매미 울음소리가 아파트 단지 전체로 울려 퍼진다.
입추는 태양의 기울기 변화라는 천문학적 근거를 가지고 만든 절기라서 입추가 시작되면 체감하기 미묘하지만 불볕 더위의 예봉이 한 풀 꺾이는 기분이 든다.
여름의 마지막 말복 더위는 입추 이후 첫번째 경일을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는 8월 10일이 말복인데, 매년 초복, 중복, 말복의 날짜가 바뀐다. 닭냄새에 민감해서 복날 많이들 먹는 삼계탕은 누가 사주지 않으면 굳이 내 돈 들여서 챙겨 먹지는 않는다 ^^
얼마 전 하루종일 해가 쨍쨍 내리쬐며 뜨겁게 달궈졌던 늦은 오후에 갑자기 돌풍이 강하게 불더니 시원한 소나기가 내렸다. 30분 이상은 내린 것 같다. 가뭄도 해소되고 더위도 식혀주는 고마운 비였다.
공기도 맑아져 산책을 나가 동네 한바퀴를 돌았는데 습도는 조금 높아졌지만 시원한 바람과 비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절기 달력을 검색해보니 입추 다음 절기는 처서. 처서가 되어야 열대야도 완전히 사라지고 새벽에는 많이 선선한 날씨로 바뀌며 무더위도 완전히 끝난다.
9월에 종종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경우도 있지만 올 여름에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태풍이 하나도 없다보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늦더위 보다는 오히려 가을 태풍 피해가 걱정스럽다.
다시한번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생겼다. 사진을 찍고 1-2분 정도 지나니 눈부시던 석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는 일몰 시간이 빨라졌고 일출 시간도 조금 느려졌다. 점점 낮의 길이가 줄어들고 가을이 찾아 올 것이다.
어젯밤에는 매미 소리 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더 크고 요란하게 들렸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확실히 밤에는 시원한 날씨로 바뀐다.
아파트 복도 창으로 노을빛이 들어와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한장면을 연상케 하는 풍경을 만들었다. 이렇게 올 여름도 지나고 또 다시 한해가 지나 갈 것이다. 점점 빠르게 세월이 흘러가는 것 같다. 가을에는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가볍고 소소한 여행이라도 많이 하고 싶다. -끝-